4편: 우주선 안에서 숨 쉬는 방법: 산소 재활용과 이산화탄소 제거 기술

 우주선 기술을 공부하면서 가장 경이로웠던 순간은, 지구라는 거대한 생태계 시스템을 단 몇 평짜리 작은 우주선 안에 그대로 축소해 놓은 '생명유지시스템(ECLSS)'을 들여다보았을 때입니다.



흔히 우주선에 산소를 공급한다고 하면 "지구에서 산소통을 가득 채워서 가나 보다"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잠수함처럼 거대한 산소 탱크를 여러 개 싣고 가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화성 탐사나 국제우주정거장(ISS)처럼 수개월에서 수년간 머무는 임무에서는 산소 탱크만으로 버티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무게와 부피가 너무 커져 로켓을 쏘아 올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주선이 선택한 방법은 외부에서 산소를 계속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제한된 자원을 끊임없이 돌려 쓰는 '완벽한 재활용'입니다. 인간이 숨을 쉴 때마다 나오는 노폐물을 다시 호흡 가능한 공기로 바꾸는 우주선의 밀폐형 호흡 기술을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치명적인 독, 이산화탄소 솎아내기

인간은 산소를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뿜습니다. 밀폐된 우주선 안에서 이산화탄소가 제대로 제거되지 않고 쌓이면 승무원들은 두통, 어지러움, 심하면 질식에 이르게 됩니다. 따라서 산소를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이산화탄소를 빠르게 포집하는 기술입니다.

과거 일회용 우주선 시절에는 '수산화리튬(LiOH)'이라는 화학 물질이 담긴 필터를 사용했습니다. 이 물질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탁월하지만, 한 번 반응하고 나면 재사용이 불가능해 우주선이 필터로 가득 차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현재 국제우주정거장 등에서 사용하는 첨단 방식은 '제올라이트(Zeolite)'라는 미세한 구멍이 뚫린 광물 필터를 이용하는 'CDRA(Carbon Dioxide Removal Assembly)'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은 이산화탄소 분자만 쏙 골라내어 가두는 역할을 합니다. 신기한 점은 이 필터에 열을 가하고 우주 공간의 진공 상태에 노출시키면 흡착했던 이산화탄소가 밖으로 떨어져 나가면서 필터가 마법처럼 재생된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필터를 새로 교체하지 않고도 반영구적으로 이산화탄소를 걸러낼 수 있습니다.

물을 찢어서 산소를 만드는 수전해 기술

이산화탄소를 걸러냈다면 이제 소모된 산소를 채워 넣을 차례입니다. 우주선에서 산소를 가장 안정적으로 얻는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물(H2O)'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우주선 내부의 산소 발생기는 물에 전기를 흘려보내 산소와 수소로 분리하는 '수전해 기술'을 사용합니다. 태양광 패널이나 원자력으로 얻은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물 분자를 쪼개면, 인간이 숨 쉴 수 있는 깨끗한 산소가 초당 일정한 양으로 뿜어져 나옵니다.

이 방식을 유지하려면 결국 '물'이 계속 필요한데, 우주선에서는 승무원들이 흘리는 땀, 호흡할 때 나오는 수증기, 심지어 소변까지 모두 정화하여 이 산소 발생기의 원료로 사용합니다. 내가 오늘 내뱉은 숨과 땀이 내일 마실 산소로 되돌아오는 정밀한 순환 구조입니다.

버려지는 수소로 산소를 더 짜내는 '사바티에 반응'

물을 쪼개서 산소를 만들고 나면 '수소(H2)'가 부산물로 남게 됩니다. 초창기에는 이 수소를 그냥 우주 공간으로 버렸습니다. 하지만 엔지니어들은 버려지는 수소조차 아까워 새로운 화학 공정을 우주선에 도입했습니다. 바로 '사바티에 반응(Sabatier Reaction)'입니다.

이 기술은 앞서 이산화탄소 제거 시스템에서 걸러낸 '이산화탄소(CO2)'와 수전해 시 발생한 '수소(H2)'를 고온에서 니켈 촉매와 반응시키는 촉매 기술입니다. 이 두 기체가 만나면 '메탄(CH4)'과 '물(H2O)'이 생성됩니다.

여기서 만들어진 메탄은 폐기하지만, 함께 생성된 물은 다시 산소 발생기로 보내져 또다시 산소를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버려지던 두 가지 노폐물(이산화탄소와 수소)을 결합해 인간에게 가장 귀중한 자원인 물을 다시 창조해내는 셈입니다.

결국 우주선 내부의 공기는 지구의 나무와 바다가 하는 일을 기계 장치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대신해 주는 인공 생태계입니다. 이 정밀한 화학적 순환 기술 덕분에 인류는 지구를 떠나서도 지상과 다름없이 편안하게 숨을 쉬며 우주를 탐사할 수 있습니다.

핵심 요약

  • 우주선은 한정된 자원으로 장기 생존하기 위해 산소를 외부에서 공급받지 않고 내부에서 100%에 가깝게 재활용합니다.

  • 승무원이 내뱉은 이산화탄소는 반영구 재생이 가능한 제올라이트 필터 시스템(CDRA)을 통해 안전하게 포집 및 분리됩니다.

  • 포집된 이산화탄소와 물을 전기분해해 얻은 수소를 '사바티에 반응'으로 결합시켜 물을 재생성하고, 이 물을 다시 분해해 신선한 산소를 지속적으로 공급합니다.

다음 편 예고

우주선 안에서 안전하게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 우주선이 목적지를 향해 길을 찾아갈 차례입니다. 다음 5편에서는 망망대해 같은 우주 공간에서 길을 잃지 않고 정확히 목적지에 도달하는 '지구와 달, 그리고 화성까지: 우주선 항법과 궤도 계산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함께 나누고 싶은 질문

나의 땀과 이산화탄소가 정밀한 기계를 거쳐 다시 깨끗한 산소로 바뀐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여러분은 과학의 위대함이 느껴지시나요? 아니면 심리적인 거부감이 먼저 드시나요? 여러분의 생각을 댓글로 나누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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