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편: 무중력 상태에서의 물 관리: 땀과 소변을 식수로 바꾸는 여과 기술

 우주선 기술을 통틀어 대중들이 가장 신기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고개를 가로젓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우주비행사들이 마시는 '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앞서 4편에서 산소를 만들기 위해 물을 쪼갠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 그렇다면 그 귀한 물은 도대체 어디서 계속 솟아나는 걸까요?

지구에서는 수도꼭지만 틀면 깨끗한 물이 쏟아지고, 쓰고 버린 물은 자연의 거대한 순환 과정을 통해 정화됩니다. 하지만 우주선은 단 몇 평짜리 고립된 상자입니다. 국제우주정거장(ISS) 기준으로 승무원 한 명이 하루에 소비하는 물은 마시는 물과 음식 조리용 등을 포함해 약 4.4리터에 달합니다. 이 막대한 양의 물을 매번 지구에서 로켓에 실어 나르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기 때문에, 우주선은 내부의 물을 98% 이상 다시 깨끗한 상태로 되돌리는 기적 같은 재활용 기술을 구현해 냈습니다.

문제는 이곳이 중력이 없는 '무중력 상태'라는 점입니다. 중력이 없으면 물이 아래로 흐르지 않고 공중에 둥둥 떠다니며, 밀도 차이에 의한 침전 분리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 까다로운 조건 속에서 우주선은 어떻게 소변과 땀을 갓 짜낸 샘물보다 깨끗한 식수로 바꾸는 걸까요?



흐르지 않는 물을 강제로 모으는 흡입 기술

우주선에서 물 재활용의 첫 단계는 '버려지는 모든 수분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으는 것'입니다. 승무원들이 우주선 안에서 숨을 쉴 때 내뿜는 수증기, 운동할 때 흘리는 땀, 샤워 대신 젖은 수건으로 몸을 닦을 때 증발하는 수분들은 모두 공기 중으로 흩어집니다.

우주선의 생명유지시스템(ECLSS)은 내장된 팬(Fan)을 이용해 우주선 내부의 공기를 끊임없이 빨아들입니다. 흡입된 공기는 차가운 냉각판을 통과하게 되는데, 이때 공기 중의 수증기가 이슬처럼 맺히는 '응축 현상'이 일어납니다. 중력이 없으므로 맺힌 물방울이 아래로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원심력을 이용해 회전하는 특수 분리기를 통해 물방울만 쏙 골라내어 저장 탱크로 강제로 밀어 넣습니다.

원심력으로 중력을 만들어내는 ‘소변 증류 장치’

진짜 난관은 승무원들의 '소변'을 처리하는 과정입니다. 소변은 물 재활용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각종 아미노산, 요산, 염분 등 찌꺼기가 가장 많이 섞여 있어 정수하기가 극도로 까다롭습니다.

지구의 정수기는 중력을 이용해 물을 아래로 통과시키며 필터링을 하지만, 무중력에서는 필터가 금방 막혀버립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주선은 'VCD(Vapor Compression Distillation, 증기 압축 증류)' 기술을 사용합니다. 쉽게 말해, 장치 자체를 거대하게 회전시켜 인공적인 중력(원심력)을 만들어내는 통돌이 세탁기 같은 증류기입니다.

회전하는 드럼 내부의 압력을 극도로 낮추면, 소변은 체온과 비슷한 낮은 온도에서도 보글보글 끓기 시작합니다. 이때 찌꺼기는 원심력에 의해 바깥쪽 벽면으로 밀려나고, 순수한 물 분자만 증기가 되어 가운데로 모입니다. 이 증기를 다시 압축하고 냉각시켜 액체 상태의 물로 되돌리면, 소변에서 약 80~85%의 깨끗한 수분을 1차로 회수할 수 있게 됩니다.

미생물을 전멸시키는 다중 필터와 은(Silver) 이온 살균

증류 과정을 거쳐 모인 물과 공기 중에서 포집한 수분들은 마침내 최종 정수 단계인 'WPA(Water Processor Assembly)'로 이동합니다. 이곳에서는 지구의 최첨단 정수 장치보다 훨씬 정밀한 여과 과정이 진행됩니다.

가장 먼저 미세한 유기물과 이물질을 걸러내는 입자 필터를 거친 후, 물속에 녹아 있는 화학 물질을 흡착하는 활성탄 필터를 통과합니다. 그다음, 아주 미세한 구멍을 통해 물 분자만 통과시키고 세균과 바이러스를 완벽히 차단하는 '역삼투압(Reverse Osmosis) 멤브레인 필터'를 거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정수된 물이 저장 탱크에서 다시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강력한 살균 처리를 합니다. 지구에서는 주로 저렴한 염소(락스 성분)를 쓰지만, 우주선에서는 승무원들의 건강과 장비 부식을 막기 위해 '은 이온(Silver Ion)'을 물에 미량 섞어 넣습니다. 은은 천연 살균제 역할을 하여 유해한 박테리아의 증식을 완벽하게 차단합니다.

이렇게 완성된 우주선의 물은 지상의 그 어떤 생수보다 유기물이나 미생물 수치가 낮은, 완벽에 가까운 순수한 H2O 그 자체입니다. 실제로 우주비행사들은 "지구에서 마시는 수돗물보다 우주선에서 재활용한 내 소변이 훨씬 깨끗하고 맛있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합니다.

핵심 요약

  • 무중력 상태에서는 물이 흐르지 않으므로 공기를 강제로 흡입해 수증기를 냉각·응축시키고, 원심분리기를 통해 수분을 수집합니다.

  • 오염 물질이 많은 소변은 인공 중력을 만드는 회전식 '증기 압축 증류(VCD)' 장치를 통해 찌꺼기를 걸러내고 순수한 수분만 증발시켜 모읍니다.

  • 모인 물은 역삼투압 필터 등 다중 여과 과정을 거친 후, 부식 우려가 없는 '은 이온 살균 기술'을 통해 완벽하고 안전한 식수로 최종 재탄생합니다.

다음 편 예고

우주선 안에서 숨 쉬고 마시는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했지만, 우주선 외벽을 뚫고 들어오는 치명적인 보이지 않는 창이 있습니다. 바로 태양과 우주 저편에서 날아오는 '방사선'입니다. 다음 10편에서는 우주비행사들의 DNA를 파괴하려는 우주 최고의 난제이자 적을 막는 방어 기술, '우주 방사선이라는 눈에 안 보이는 적: 승무원을 보호하는 차단막'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어 보겠습니다.

함께 나누고 싶은 질문

동료의 땀과 소변을 정밀 기계로 완벽하게 정수해 만든 최고의 순수한 물,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여러분은 거부감 없이 시원하게 마실 수 있으신가요? 여러분의 솔직한 느낌을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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